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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iq 라는 캐나다 회사가 있습니다. 제가 이 회사를 처음 알게된 것은 2015년에 발견한 보고서 때문이었습니다. Robotiq는 당시 현존하는 모든 cobot(collaborative robot)에 대해 분석을 하여 ebook으로 공개하였습니다.[각주:1] 이 보고서를 통해 cobot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각 로봇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Robotiq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더 많은 ebook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안전 관련 ebook은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러한 ebook을 무료로 읽으면서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대체 이 회사는 뭐하는 곳이지?'


이 회사는 캐나다 퀘벡에 위치한 Laval University 대학원 연구원 세 명이 2008년에 창업했다고 합니다.[각주:2] 처음에는 연구 과제로 개발한 3-finger gripper를 상업화하였고, 실제 산업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여 2-finger gripper, force-torque sensor, vision camera 등을 개발하며 로봇 어플리케이션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릅니다. 특히,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각종 보고서를 무료로 공개하는 이타적인 면모를 보여줬는데요, 최근에는 캐나다 퀘벡에서 Robotiq User Conference 2017 이라는 행사를 개최하여 40대의 로봇에 Robotiq 제품을 장착하여 competition을 진행했다고 합니다.[각주:3] 이러한 과감한 행보 뿐 아니라 제품의 기능이나 품질 또한 훌륭하고, 글로벌 영업망을 구축하면서 향후 성공가도가 예상됩니다.


컴포넌트로서의 로봇 포스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로봇은 그 자체만으로는 의미있는 일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Pick and place 와 같은 어플리케이션을 위해 그리퍼가 필요할 것이고, 품질 검사를 수행하려면 비전 카메라를 장착해야 할 것입니다. 로봇 자체의 사용범위를 벗어나는 열악한 환경에서 사용하기 위해 보호 커버가 활용될 수 있고, 복잡한 로봇 경로를 생성하기 위해 Off-line simulation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로봇 어플리케이션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솔루션'[각주:4]이 필요합니다. 서두에 언급한 Robotiq 또한 산업용 로봇 어플리케이션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라 할 수 있는데, 산업용 로봇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어플리케이션 솔루션 시장도 급격하게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사실, 기존에도 로봇 어플리케이션 솔루션은 반드시 필요하였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로봇 제조사와 숙련된 system integrator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특정 통신 규격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로봇 제조사가 직접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줘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였습니다. System integrator는 그리퍼 등을 사용할 때 표준 제품을 구입하고 로봇에 연결하기 위한 기계적, 전기적 interface를 개발하곤 했습니다. 이러다보니 로봇 어플리케이션 솔루션이 제한적이고, 전체 시스템을 구성하는 비용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사용이 쉬운 로봇이 등장하면서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로봇이 사용하기 쉽더라도 어플리케이션 솔루션을 활용하는 것이 어렵다면 사용하기 쉬운 로봇의 매력은 반감되기 때문이죠. 이러한 가운데, 일부 공급처에서 사용하기 쉬운 어플리케이션 솔루션을 출시하고 로봇 제조사에서도 이에 대한 쉬운 개발 환경을 제공하면서[각주:5] 로봇 어플리케이션 솔루션 시장은 점점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로봇 적용 분야의 확장 포스팅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로봇의 활용방식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데, 로봇 제조사 측에서 직접 솔루션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으나, 각각의 어플리케이션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스마트폰 제조사가 있고, 앱 개발자가 따로 있듯이, 로봇 제조사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어플리케이션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산업용 로봇의 구성 포스팅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로봇의 개발을 위해서는 많은 연구개발 인력이 필요하지만, 어플리케이션 솔루션은 scope가 좁기 때문에 적은 인원으로 개발 가능합니다. 안드로이드 OS 자체는 구글처럼 큰 회사가 개발하지만 스마트폰 앱은 누구나 개발하듯, 로봇 어플리케이션 솔루션 또한 소수의 인원으로 개발 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각주:6]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으로 매우 적절한 분야라고 생각되며, 우리나라의 젊은 개발자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특히나, 인공지능 기술 등, 기존 산업용 로봇에서 많이 적용하지 않던 첨단 기술이 접목되면 로봇 활용의 폭이 한층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1.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 Robotiq 홈페이지에서 해당 보고서를 찾을 수 없네요. [본문으로]
  2. http://blog.robotiq.com/the-awestruck-entrepreneur-meet-ceo-samuel-bouchard?_ga=2.11623668.1385501102.1505382273-456624060.1505382273 [본문으로]
  3. http://blog.robotiq.com/check-this-out-40-universal-robots-in-one-room [본문으로]
  4. 로봇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의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솔루션'이라는 다소 모호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였습니다. [본문으로]
  5. Universal Robots, Rethink Robotics 등의 로봇 제조사에서는 어플리케이션 솔루션 개발자들을 위해 Software Development Kit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6. 물론, 솔루션 제품 성격에 따라 대규모 개발인원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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